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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산행]선자령 비박지에서 벼락을 맞은 공포의 1박 2일... 본문

캠핑-비박 야영

[비박산행]선자령 비박지에서 벼락을 맞은 공포의 1박 2일...

은빛세상 2011. 12. 13. 05:32

 2011. 12. 3 ~ 4

선자령 비박


지지난주에는 동강 백운산으로 비박산행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험한 코스이고 박배낭 메고 가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곳이라서 아예 참가신청을 하지 않았다.

모처럼 쉬는 주말에 부모님을 찾아 뵙고 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금요일날 친구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백운산 비박일정이 눈이 많이 내려 선자령으로 변경되었으니

같이 가자고 하는데...

친구가 일부러 전화까지 주었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


또한 선자령은 그다지 험하고 위험한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으리라는 기대로 흥쾌히 간다고 하였다.


퇴근 후 배낭을 꾸려놓고

아침에 먹거리까지 챙기고 저울에 배낭을 올려놓으니

헉....  25Kg

이러면 안되는데 ...

에잇 까짓것 가보지 뭐...


토요일 6시에 집을 나서니 밖엔 비가 내린다.

신사역에서 7시에 모여 출발....


서울 경기지역에는 비가 내리고

강원도로 접어드니 함박눈이 되어 흩날린다.

한층 기분이 업되고...


 대관령에는 통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려있고 함박눈이 계속해서 내린다.

 

스패츠와 아이젠을 신고 목적지인 비박지로 향했다.


 온통 은빛세상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선자령...


 하늘마저 하얗게 변해버린 설국의 풍경에 들뜬 사람들의 표정들을 읽을 수 있고


 그 설국의 세계로 또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선자령은 거쎈 바람으로 인해 오래 머물지 못하고 


 선자령을 넘어서니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 하였다.


 하얀 설탕가루를 뭍혀놓은 과자의 나라로 들어가는 듯 하였다.

 

 다행이도 선자령을 넘어서니 바람은 없었고


하얀 눈속 터널을 통과하면


펼쳐지는 풍경들이 나를 반기며 환영하는 듯 하였다. 

 

 이 곳 부터는 사람의 왕래가 없었던 것 처럼 등산로가 눈속에 파뭍혀 버렸고


 저 멀리 선두에서는 허리까지 들어가는 눈 속을 럿쎌하며  1미터 가는데 10여분은 걸리는 것 같이 더디 진행되고 있었다.


 후미라서 선두보다는 쉽게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허리까지 푹 빠지는 곳에선 발을 빼는 것도 어지간히 힘겨웠다.

 

이렇게 후미에서도 앞으로 전진하기에도 힘든데

럿쎌을 하며 가는 선두는 얼마나 많은 체력의 소모가 될꺼라는 짐작을 하며


 선두의 더딘 진행으로 모처럼만의 여유를 가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맘껏 누려보게 된다.


 올라올 때 까지는 눈발이 내렸는데 선자령에 이르러서는


 눈도 그치고


 

 구름속으로 비쳐지는 햇빛이 하얀 세상을 빛나게 해 주는 듯 하였다.


 

 

 

바람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멎어있어

 

 그져 평온한 곳 처럼 착각에 빠지게 하였다.


 어떤 공포가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채....


 간간이 푸른 하늘색도 보이고 따사로운 햇빛이 길게 늘어지는 시간....

 

 

후미로 늦게 내려와 보는 순간

 


오마이갓~~~
풍력발전기 바로 밑에 텐트를 쳐 놓은 것을 보곤 기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나 혼자 고집부리며 딴곳에 칠 상황이 아니었다.



 

산은 밤이 빨리 찾아온다.

물이 있는 비박지 까지는 거리로는 얼마남아 있지 않은 곳에서

 선두는 목적지인 비박지를 포기하고 할 수 없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허리까지 쌓여있는 눈을 뚫고 가기에는 많은 시간과 럿쎌로 인해 탈진할 지경에 이르렀고

더 이상 전진하다간 어두워져 자칫 위험할 수 있을 것 같아 이곳에 텐트를 치기로 결정하였던 것이었다.


 


내가 준비해 간 알락텐트 칠 공간은 풍력발전기 날개 바로 밑 밖에는 없어 보였다.
가능한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는 버릇 때문에 텐트 방향을 맞춰 불안한 마음으로 텐트를 쳤다.
텐트 칠 때까진 바람도 없고 조용했다. 

바로 위 풍력발전기 프로펠러를 올려다 보면서... 저 풍력발전기가 돌아간다면 으~~~~~

죽었다... 생각은 했지만...

그져 가볍게 넘기고 말았다.


식사를 하고나니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피곤한 마음에 일찍 텐트안 침낭속에 들어가 음악을 듣고 있었다.

.
갑자기 꽈~광! 하는 굉음 소리와 함께 엄청난 위력의 뭔가가 표현할 수 없는 나의 두 다리를 강타한 것이다....

순식간의 엄청난 전압이 나의 두 다리를 때린 것이다.


이를 두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것인가....
머리를 동쪽으로 두지 않고 반대로 누워 있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벼락치는 소리에 깜짝놀라 다들 알타이 텐트에서 밖으로 나와 봤다고 한다.

하늘엔 달이 뜨고 바람만 거쎄게 불 뿐인데...

웬 벼락~~~~


난 당황한 나머지 불긴한 예감으로 텐트를 빠져 나오려 하는데

벼락맞은 종아리가 쥐가나는 듯 굳어짐을 느꼈다.

난 다리를 주무르며

마음을 진정시킨 후 일행이 있는 알타이 텐트로 들어가 벼락을 맞았다고 하니.

다들 벙찐 모습에 믿지를 않는다.

벼락을 맞고 살아 있다는게 믿기질 않는 모양이다.

 

한 10여분 동안 철수를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하는 동안에

알타이 텐트 주위로 폴대를 세워논 스틱에 또 한번 약한 벼락이 내리쳤다.

그제서야 내 말을 믿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거센 바람이 부는데 텐트를 겆고 철수 하는 것도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 그냥 있기로 결정을 하고


텐트를 고정시키기 위해 
양쪽으로 꽂아 논 스틱을
뽑아 텐트에서 다소 떨어진 위치에 꽂아 놓았다.

아마도 낙뢰의 원인 제공을 한 스틱을 텐트와 멀리 두어 낙뢰를 피하도록 하였다.

 

일단 낙뢰는 해결한 듯 한데... 
낙뢰는 두려움의 존재가 아니었다.
텐트밖 바로 앞에서 포물선을 그리고 있는데 하얀 눈 위로 큼직하게 파여 있는게 보였다.
텐트 치기전에는 바람부는 사막의 표면처럼 그져 곱고 평평한 지면처럼 아무 흔적없는 눈밭이었다.


그런데 내 텐트 바로 옆에 여러개의 구덩이가 듬성듬성 파여있는게 아닌가....
풍력기 날개에 부딪쳐 얼었던 얼음이 떨어진 자국이었다.
난 파인 흔적을 보고 난 후 텐트를 옮겨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늦은 판단이었다.

엄청난 바람으로 인해 텐트를 옮길 상황이 못되었다.


결국 포기하고 모든 것을 부처님, 하나님, 신령님께 맞기고 잠을 청하기로 하였지만
바람의 강도는 꺽일줄 모르고 더 세차게 불어 쉭쉭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숨차게 들리고 간간이 텐트 옆으로 푸욱! 얼음덩어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때면 
머리가 쭈삣 서는 느낌...
제발 텐트로는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밤새껏 긴장감으로 목구멍이 타 들어가고
얼어 있는 생수로 목을 적셔가며 시계를 보는 횟수가 점점 늘어갔다.


바람의 강도가 더욱 세차지고 텐트가 펄럭대는 소리로 하여금 사그리 찢어 놓겠다는 것 처럼 거쎘다.
딱 한개의 줄로 바람과 맞서는 텐트로 눈들이 조금씩 조금씩 텐트를 잠식해 오고 있었고...

 

바람소리와 쉐엑쉐엑 굉음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풍력기의 소음과 푹 푸욱 얼음덩어리 떨어지는 소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공포의 기나긴 비박지의 밤을 무사히 보냈다.

 

텐트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날이 밝아지기를 기다리며 그렇게 밤을 꼬박 지새웠다.

그칠줄 모르는 바람...

아침엔 바람의 세기가 더 거칠어 지는 듯 하였고

날이 밝았는데도 바람때문에 밖에 나가는 것 조차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

빨리 이곳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였지만...


팀원들이 일어나길 기다리며 마냥 누워있었다.

드디여 밖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빨리 일어나 철수하잔다.

텐트가 찢어지고 난리가 아니었다.

아침 먹는 것도 포기한 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부랴부랴 짐을 꾸리고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가기로 하였다.

왔던 길로 가면 그나마 쉬울거라는 생각이었는데



그건 우리의 생각이었다.

어제 왔던 길이 바람에 모두 묻혀 버리고 만 것이다.

다시 럿쎌을 하며 올라가야 한다.


허리까지 푹푹 빠져 진행이 어려운 상황

도저히 걸을 수 없어 포복자세로 기어가기도 하고...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다.



불과 2~300미터를 2시간 만에 올라오고

넓은 길로 하산하기로 하였으나 럿쎌이 되어 있지 않으면 더 힘들 것 같아 원래 길로 가기로 결정을 한다.

하지만 선자령 정상에서 하산하는 능선길도

완전히 눈으로 덮혀 있어 새로 길을 만들어 가야 할 상황이었다.

배낭의 무게는 줄어든게 없이 그대로 짊어지고 가는 상황이라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의 압박으로 하여금 더 힘들게 하였지만,

그래도 빨리 하산하고 픈 마음에 쉬고 싶어도 참고 내려가야 했다.



 

 이 풍경으로 하여금 대관령이 가까이 있음을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곳에서의 비박산행


 이리 고요하고 아름답기만 한 풍경속에 곳곳에 위협의 요소들이 숨어 있기에

많은 눈이 내릴 때는 과도하게 산행코스를 잡기보다는 안전을 먼저 생각을 해야 될 것이다.


벼락 맞을 확률이 참으로 낮은데도 불구하고 

내가 벼락을 맞게 될 줄이야...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져 딴 사람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직접 닥치고 보니 한치의 앞을 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싶다.

새로운 삶을 살게해준 기회로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

착하게 살야야 겠다는 생각...

만감이 교차하는 비박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풍력발전기의 근처에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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